top of page

나무토막

활활 뜨겁게

눈부시게 타다가

도중에

꺼져버린

큼지막한 나무토막

뒷맛이

짐찜하고

어쩐지 꼴불견입니다

그을려서

시커먹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나무토막

처음 사랑을 버린

에배소처럼

성령의 불이 꺼진

교회같습니다

몸집은 작지만

아주 조그맣지만

온몸

남김없이 타서

하얀 재가 된

나무토막

십자가에 죽으신

예수님 같습니다

한순간의

완전한

불꽃의 생

왠지

귀하고

아름답고

숭고하며

거룩해 보입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