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툇마루 아래


나무는 죽어 나이테를 버리지 않고

백 년의 문양을 

가업으로 천 년을 새기고

세월은 

바람의 씨를 

묻고

비가 다녀가지 않으면 

흙으로 돌아갈 수 없는 

먼지입니다.

 

빛도 이곳에 오면 갈라져 

먼지로 앉고 

쟁기와 호미가 

봄에 잊으면

녹이 슬어 버려지는 곳

바람이 들자 갈 곳을 모르면 

여름을 식혀

마루 널 판의 틈을 비집고 

길을 내던 곳입니다

 

귀뚜라미가 울어 가을밤이 깊어지면

툇마루의 소리를 먹고 

도둑을 지키던 곳

들고양이 겨울을 나고 

새끼를 키우다가

늙어 자리를 내 주던 곳

빈집은 처마 부터 헐어지고

지붕이 하늘을 여는 그 날부터 마루는 

옹이를 팝니다.

 

마당을 쓸던 잡초들이 

툇마루를 침범하고

오동은 보란 듯이 

뿌리를 내리고

나무가 새긴 나이테가 

흙벽처럼 

무너져 내리고

집에 새긴 내력의 먼지는 

오동의 거름이 됩니다

 

사람이 떠난 

빈집의 툇마루는 

울지 않지만.

바람만이 

세월의 씨를 찾아 

이 집을 드나 들며

간신히 자라는 

잡초들이 

나름 폼을 냅니다

 

 




참고

툇마루: 고주와 평주 사이 툇간에 놓인 마루를 가리킨다.

생활의 완충공간이기도 하다. 또 추운 겨울 밖에서 방안으로 들어갈 때 느끼는 갑작스런 온도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신체적, 환경적 완충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툇마루는 쓰임이 별로 없는 버려진 공간처럼 보이지만 한옥에서는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툇마루 중에서 아래에 아궁이를 설치하기 위해 마루를 높여 설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고상마루(高床抹樓)라고 한다.(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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